1. 파킨슨병
파킨슨병은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함께 노인들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신경 퇴행성 질환의 하나로서, 진행초기에는 기억, 판단 등, 인지 기능에 별 장애가 없으나, 운동에 이상을 보이는 운동 장애 질환이다. 파킨슨병 환자들에서는 가만히 있을 때 손이나 사지를 떠는 현상, 근육 경직으로 표정이 없어지고 얼굴이 가면처럼 굳어지는 현상, 원하는 동작을 할 때 그 행동이 느려지는 운동 완서 등, 몇 가지 특징적인 증상을 보이게 된다.
파킨슨병은 1817년 처음으로 학계에 보고된 이후 그 원인 등이 전혀 모르는 상태에 있다가 1950년대에 모든 환자들에서 공통적으로 뇌, 특히 중뇌의 흑질 부위에 존재하는 특정 신경 세포가 서서히 파괴되고, 이 흑질 부위 신경세포는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을 분비, 원활한 운동기능 수행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지게 되었다. 그 후 파킨슨병은 병리학적으로 루이소체라고 알려진 세포질 내 단백의 축적 물과 흑색질의 도파민성 뉴런 손실을 보이며, 청반, 기저 핵, 시상하부, 대뇌피질, 뇌신경, 운동 핵 부위와 자율신경계에서도 동일한 특징이 관찰됨이 확인되었다. 파킨슨병의 의학적인 치료는 현재 도파민 전구체인 레버도파라는 전구물질을 주입하는 도파민 대체요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많은 파킨슨병 환자에게서 효과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환자들이 투약 후 5~10년이 경과하면 운동 이상과 운동 반응의 변동과 같은 부작용을 나타내거나 질병 진행이 치매, 자율신경계 기능장애, 자세 불안정 등이 생기며 더 이상 레버도파 치료에 호전되지 않는 특징을 보여주게 된다. 그래서 파킨슨병의 진행을 늦추거나 봉쇄할 수 있는 좀 더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파킨슨 질환의 병리 기전에 현재 많은 연구가 집중되고 있다.
현재까지 파킨슨 질환의 정확한 병리원인은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으나 환경 및 유전적인 요인이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유전적 요소의 중요성은 1997년 alpha-Synuclein 유전자가 가족성 파킨슨병을 일으키는 단일 유전자로 처음 보고된 이후 계속해서 UCH-L1, Parkin, DJ-1, PINK1, LRRK2, HtrA2, ATP13A2 등 최근까지 16개 염색체 좌위 및 10여종의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가 여러 인종의 환자에서 보고되었다. 일부 유전자 및 특정 유전자의 암호화 단백의 기능이 모두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이들 여러 위치의 염색체 발현 부위와 다양한 기능의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파킨슨병이 유발됨은 이들 단백 간의 높은 기능적 연관성을 암시하고 있으며 이런 측면에서의 지난 십여 년 동안 이들의 작용 기전과 이를 통한 병리현상 규명 연구가 많이 수행되었다. 파킨슨 유발 병인 유전자들의 발견은 전체 파킨슨병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유전성 파킨슨병의 기전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그 외 90%를 차지하는 특발성 파킨슨병의 병인 이해에도 매우 중요하다. 보고된 여러 유전자의 돌연변이나 세포 내 단백 변형에 의한 기능 이상은 유전성 PD 뿐 아니라 산 발성 PD에도 많은 기여를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의 신경계에서의 기능 및 단백 변형 효과, 아밀로이드 생성 시 역할 규명은 PD 병리 기전 연구 및 향후 치료 기술 및 치료 약제의 개발과 유전자 치료 등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본 연구실에서는 이런 파킨슨병의 병리기전을 현재까지 알려진 다양한 타깃 유전자의 생리 기능, 수식화, 단백 아밀로이드 변성 및 응집체 생성으로 야기되는 세포사멸 현상을 다양한 측면에서 연구하고 있다.
2. 알츠하이머병
셰익스피어가 ‘제 2의 유아기’라고 부른 노인성 치매는 65세 노인의 100명 중 1명 꼴로 발병하고, 그 후로는 5년이 지날 때마다 발병률이 두 배씩 증가하여 환자와 그 가족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 치매는 대부분 알츠하이머병 (Alzheimer’s disease, 이하 AD로 표시)에서 유래하는데, AD는 60세 이전 발병은 드물지만 그 이후 연령에서는 크게 늘어난다. 미국의 경우 약 4~5백만 명이 AD를 앓고 있으며 2040년에는 약 천 4백만 명이 이 병에 걸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AD 초기에 나타나는 현상은 건망증, 기억 상실, 시간이나 장소에 대한 감각 상실, 집중/계산/언어/판단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병이 오랫동안 진행되어 말기에 이르면 환자 자신을 전혀 돌볼 수 없게 되는데, 불행히도 이런 질병의 효과적인 치료법은 아직 없기 때문에 환자들은 대개 폐렴이나 다른 합병증으로 사망하게 된다.
AD에서 보이는 뇌 이상의 원인과 발병 기전은 아직까지 완전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학적, 생화학적, 세포생물학적, 그리고 실험적 치료를 통해서 조금씩 진보를 이루어 왔다. 과학자들은 현미경 상에서의 AD 환자의 뇌 조직연구를 통해 시냅스 주위에 아밀로이드-베타라 불리는 미세섬유의 펩타이드가 비정상적으로 축적되어 있음을 알아냈다. 또한 뉴런 세포 몸체에서 타우 단백이 변형되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어 있음을 관찰했다. 이런 아밀로이드 및 타우 축적 물은 뇌에서 기억과 지적 기능을 담당하는 중요한 부분에 형성된다. 주의력, 기억, 학습과 고도의 인식 능력은 아세틸콜린, 소마토스타틴, 모노아민, 글루타메이트 등 여러 신경전달물질의 원활한 세포 간 교류에 의해 이루어 지는데, AD의 경우에는 특정 신경전달물질이 감소하여 세포 간 교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신경계 손상을 가져오게 되고 이것이 주요 AD 증상의 원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AD 발병 원인 중 5~10%는 유전적 원인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런 환자들은 대개 60세 이전에 발병한다. 현재까지 연구를 통해 3개 염색체에서 AD와 연관된 유전자를 찾았는데 아밀로이드 전구 단백을 만들어 내는 유전자는 21번 염색체에 위치해 있고, 다른 종류의 AD 병인 유전자는 염색체 1번과 14에 있는 프레스닐린-1 및 -2 유전자에 발생하는 돌연변이에 의한 것이다. 이 세 가지와 함께 염색체 19번에 있는 아포리포단백 (이하 Apo E로 표시)이 또한 주요 유전자로 인식되고 있는데 특히 Apo E4는 노년기에 발병 위험을 더욱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AD 치료 수준은 흥분, 불안, 예측 불가능한 행동, 수면장애, 우울증과 같은 몇몇 증상치료에만 국한되어 있다. 또한 환자의 20~30%에서만 일시적으로 기억 장애를 개선시키는 실정이다. 이 외에 산화방지제, 항-염증 제재와 에스트로겐 등과 같은 다른 약제의 접근도 현재 시험 중에 있다. 또한 연구자들은 아밀로이드 생성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를 파괴시켜 없애버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아밀로이드 펩타이드 전구체를 자르는 베타 및 감마 시크리테이즈 분해효소는 아밀로이드 형성을 방해하는 약의 개발에 있어서 확실한 표적이 되고 있다.
본 연구실에서는 타우, 아밀로이드 전구 및 베타 단백과 이들의 여러 유형의 수식화 및 절단에 관여하는 효소들에 의한 활성 및 수식화 제어, 조절 인자 발굴, 신호전달 경로, 아밀로이드 구조 형성 등의 분자기전 분석을 통해 신경계 퇴행 현상을 연구하고 있다.
3. 헌팅턴병
헌팅턴 병 (Huntington's disease, 이하 HD로 표시)의 특징적인 증상은 초기에 얼굴 근육 이상으로 인한 불수의적인 움직임에서 시작하여 점차 질병이 진행함에 따라 얼굴, 팔, 다리는 마치 춤을 추는 듯 연신 움직이고, 환자는 이러한 동작을 억제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시기가 되면 환자들은 정상적인 보행이 불가능하고 인지 기능에도 상당한 손상을 보인다. 후기에 접어들면 매우 난폭해지거나 아니면 반대로 매우 의존적이고 수동적이 되어버린다.
미국, 유럽 등에서의 HD 발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4~8명 정도이며, 우리나라의 경우 정확한 통계치는 없으나 이와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1993년 HD를 일으키는 병인 유전자가 처음 확인되었고, 이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가진 사람은 대개 30대와 50대 사이에 발병됨이 보고되었다. 발병 후, 병은 천천히, 진행돼서 일반적으로 10년에서 20년 가량 되면 걷고, 말하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HD는 일차적으로 중추 신경계 중 근육 운동의 공동작업을 통제하는 Basal Ganglia 부위와 사고, 지각, 기억 중추로서 기능하는 대뇌 피질에 영향을 주지만 후기로 갈수록 궁극적으로 심장병이나 호흡기 질병 등의 합병증을 보여준다.
HD의 돌연변이는 특정 유전자에서 연속된 글루타민 잔기가 비정상적으로 35개 이상 반복되면서 발생되는데, 이 비정상적인 유전자는 ‘헌팅틴’이라는 비정상 단백을 암호화한다. 아직 세포 내에서 정상 생리 기능이 아직도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이 헌팅틴 단백은 뇌에 널리 분포하고 있으며, 단백 수송에 수반되는 세포 내 기구와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며, HD 원인은 아마도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한 새로운 기능이 세포 내 독성을 유발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포와 형질전환 동물 모델은 HD로 유발되는 많은 병 변을 복제할 수 있는데, 이는 새로운 기전 연구 및 치료약제 및 기술개발을 위해 많이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본 연구실에서는 헌팅틴 및 여러 종의 헌팅틴 결합 단백들의 복합 생리 기능, 수식화, 비 정상 단백 응집 등의 분자 기전 분석을 통해 신경계 퇴행 현상을 연구하고 있다.
4. 단백 변형 및 응집
알츠하이머 병, 파킨슨 병, 헌팅턴 병, 근위축성측색경화 증 등의 퇴행성 신경 질환들은 뇌의 특정 부위에서 특정 단백의 구조 변형에 의한 응집 물/봉입 체 형성이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특성을 보이며 발병한다. 이런 단백 응집은 베타-병풍 구조의 변형된 단백질로 구성된 ‘아밀로이드’라는 섬유 모양을 이루면서 특정 뇌 부위에서 과다하게 축적되면 세포 퇴행이 일어난다. 단백 응집 및 봉입 체 형성은 일반적으로 여러 단계의 분자 과정을 거치며, 말기 보다는 초기 단계에서 생성되는 특이 응집 구조가 신경계 독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이 알려졌다.
본 연구실에서는 퇴행성 뇌 질환에서 공통으로 관찰되는 이런 단백 변형 및 응집으로 야기되는 신경계 병변의 새로운 치료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몇 개의 대표적 타깃 단백들의 응집 현상과 다양한 수식화 및 분해 시스템 조절을 통한 공통의 응집 제어 기전을 연구 중이다.
단백질 수식화와 관련해선 Phosphorylation, Glycosylation, Lipidation, Sulfurylation, Methylation 등이 단일/복수의 아미노산에 결합하여 변형을 유도하는 고전적 개념의 반응 외에 그 동안 단백 분해의 신호로만 여겨졌던 Ubiquitin 단백질이 특정 아미노산 잔기에 결합하여 구조를 변형시키는 수식화와 이로 인한 다양한 단백 기능 조절 및 작용 메커니즘이 알려지면서 그 중요성이 최근 각광받고 있다. 또한 유비키틴 단백과 구조가 유사하며 다양한 조절 기능을 가질 것으로 추정되는 10여종의 유비키틴-유사 수식화 단백질들이 알려지면서 이들의 새로운 타깃 단백 그룹과 이로 인한 생리 기능 조절에 대한 초보적인 연구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본 연구실에서는 분해 목적을 포함한 다양한 신경계 생리 기능 제어에 관여하는 유비키틴 및 유비키틴-유사 수식화 (예: SUMO, NEDD8, ISG15, FAT10)의 타깃 단백을 발굴하여 각각의 생리 역할 및 뇌 질환과의 연관 성을 최근에 집중 연구하고 있다.